유럽에 온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네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날씨를 보면 계속해서 비, 비, 비.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라죠?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몽실몽실 흰 구름. 완전 화창한 날씨네요!
덕분에 하루를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일정을 소개하자면 <테슈 조류 공원 - 아르카숑 - 필라 모래 언덕> 순입니다.
모두 보르도의 서쪽에 자리한 근교지역인데요,
각각의 거리가 멀지 않아 하루 만에도 충분한 관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숙소는 이 근처에 잡아야 한다는 것.
저희 같은 경우는 전날 아르카숑에서 자고 이날은 필라 모래 언덕에서 잤습니다.
저 파란 하늘이 보이시나요?
얼마 만에 보는 파란 하늘인지!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답니다.
사진은 테슈 조류 공원에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작은 성당인데요,
날씨 덕인지 특별할 것 없는 이 작은 성당도 마냥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ㅋ
테슈 조류 공원 Parc Ornithologique du Teich
테슈 조류 공원은 페레 곶과 아르카숑 사이에 위치한 조류 보호 구역을 말합니다.
부상당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에게는 안식처와 같은 셈인데요,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단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인 곳입니다.
입구에는 전용 야외주차장(무료)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소리가 관심을 끕니다. 무슨 소린가 하고 봤더니 물가에 있는 개구리 소리네요.
한 두 마리도 아니고 그 수가 상당합니다.
모두 볼을 크게 부풀려 개굴개굴~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인지라 너무 신기했답니다.
개구리가 있는 물속에는 거북이 두 마리도 나무에 올라 쉬고 있었어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벌써부터 잔뜩 흥분한 저입니다.ㅋ
개구리 소리를 뒤로하고 조금 더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정말이지 보는 순간 ‘우와’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나무 위 여기저기에 학들이 둥지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큰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너무도 멋졌습니다.
팜플렛을 보니 우리가 방문한 4월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짝짓기를 하는 계절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학들이 나뭇가지를 입에 문 채 날아다니고, 나무에 앉아 나뭇가지를 부리로 뽑고 있더군요.
학들이 크니 둥지도 크고, 그 모든 광경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테슈 조류공원의 산책로는 모두 다 해서 약 6km입니다.
빨리 걸으면 1시간 30분이면 볼 수 있는 거리지만, 중간 중간 구경하고 쉬다 보면 2시간은 그냥 넘기기 일쑤죠.
참고로 저희는 여기서 3시간 30분을 소비했습니다. -_-;;;
여기저기 한 눈 팔 데가 너무 많았거든요.
결국 나중에는 다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았답니다.
이곳을 제대로 돌아볼 계획이라면 무조건 물과 간단한 요깃거리는 챙겨오세요!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 먹을 데가 하나도 없거든요.
물론 운동화도 필수입니다!
아, 그리고 물가라서 그런지 모기가 너무너무 많더라구요.
저희야 긴팔에 모자까지 써서 괜찮았지만,
여름이라면 해충스프레이를 미리 몸에 뿌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탐방로를 따라 자연스레 걷다보면 여기저기 다양한 새들이 보입니다.
학, 오리, 백조, 비둘기 같은 잘 아는 새들도 있지만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새들도 많구요.
탐방로에는 20개의 관측소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확실히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괜히 이곳저곳 멈추지 말고 관측소에서 보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망원경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보려면 본인이 챙겨오셔야 한답니다.
테슈 조류 공원이라고 해서 조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뱀, 수달, 개구리, 거북이, 도마뱀, 말, 양 등의 동물과 곤충들도 볼 수 있죠.
어린이가 있는 가족여행객, 또는 사진에 취미가 깊으신 분들이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이곳에선 무시무시한 크기의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봤답니다.
저는 고작해야 최대 망원이 85mm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 많은 새들을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한숨만 쉬어야 했답니다. ㅜ_ㅠ
새 사진이 별로 없는 것도 다 그것 때문이에요.
탐방로 마지막 구간에 나오는 ‘어린이 탐방로’입니다.
구간이 짧아서 오리 외에 다른 새들은 볼 수 없었지만 새 발자국을 찍어놓은 동판과 설명, 새들의 특징을 기구에 빗대어 표현한 판넬 등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것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모두 불어로 적혀 있다는 것.. -_-;;
아르카숑 Arcachon
다음 목적지는 아르카숑입니다.
아르카숑에는 주변으로 몇 개나 되는 해변이 늘어서 있는데요,
저희는 그 중에서 아르카숑 해변과 페레르 해변, 이 두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아르카숑 해변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 상당히 번화한 분위기입니다.
이곳에 막 도착했을 때는 여기가 봄인지 여름인지 헷갈릴 뻔했다죠.
10대로 보이는 남자애들이 모래사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 럭비를 하고 있더라구요.
아무리 햇살이 좋기로서니, 쟤네는 춥지도 않나? 싶더군요.
날씨는 쾌청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상당히 쌀쌀했거든요.
그래서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도 텅 비어 있었는데, 역시 젊음이 좋긴 좋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ㅋㅋ
해변 뒤쪽으로는 산책로가 닦여 있고, 그 길을 따라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페레르 비치는 아르카숑 비치에서 자동차로 약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한 눈에 다 안 들어올 만큼 해안선이 무척 길고 아르카숑 해변보다 훨씬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수평선 위로 보이는 것이 페레르 곶입니다.
해변 앞쪽으로는 잔잔한 바닷물이, 뒤편으로는 잔디밭과 소나무가 있는 공원이 있는 풍경.
개인적으로 아르카숑 비치보다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체인이 풀린 할머니를 만났는데 오빠가 손에 기름때까지 묻히며 고쳐주었습니다.
메르시를 연발하던 할머니께서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코리아’라고 답했더니 북한인지 남한인지 물으시네요.
사실 이 할머니뿐만 아니라 유럽에 있는 내내 국적에 대해 말하면 북한인지 남쪽인지를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질문인데 말이죠.
몇 년 새 북한이 좀 소란스러웠던지라 상당히 유명해진 모양입니다. -_-;;
간혹 북한에 대해 흉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래도 같은 민족이라고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_-+
몇 마디 따지면 좋았을 것을 소심해서 인상만 잔뜩 썼답니다.
‘자꾸 북한 욕하면 나 기분 나빠! 그러니까 그만 말하란 말이다!’
제 무언의 압력을 알아들었을까요? ㅋㅋㅋ
필라 모래 언덕 Dune de Pilat
마지막으로 갈 곳은 필라 모래언덕입니다.
필라 모래언덕 주변으로는 캠핑장이 상당히 많은데요, 저희는 그 중에서 Pyla Camping에 숙박하기로 했습니다.
요금은 모빌홈 1박에 40€. 아직은 비수기라서 무척 저렴하네요.
하지만 성수기가 되면 훨씬 비싸질거라는 것.. -_-;;
크기는 작지만 방 2개에 샤워실, 부엌 겸 거실까지,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지금 같은 비수기엔 모빌홈이 비싸지 않아서 자동차 여행객에게 상당히 유리해요.
밥을 해먹을 수 있다는 건 호텔보다 월등한 장점이구요. ^^
이번 유럽여행에선 이곳이 첫 번째 묵은 모빌홈이 되겠습니다.
캠핑장의 바로 뒤편으로는 모래 언덕이 자리해 있습니다.
캠핑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모래 언덕이 나오죠.
모래 언덕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곳이었습니다.
정말 다른 누군가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을 만큼.
날씨까지 좋아서 새파란 하늘과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어 더더욱 좋았구요.
모래 언덕 가운데로 들어가면 정말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래 언덕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이 보였습니다.
캠핑장에도 단체로 온 패러글라이딩 팀이 있었는데, 원래 이곳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인기 있는 장소인가 봅니다.
하긴... 드넓은 모래사막과 반짝이는 바다, 푸른 하늘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
패러글라이딩을 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네요.
모래 언덕은 너무도 넓어서 전부 다 보기는 절대 무리지만
저희는 해변 쪽과 캠핑장 쪽을 끝까지 오고가며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그 결과 나중에 오르막길을 올라갈 땐 너무 지쳐서 발 한걸음 떼기도 힘들더군요.
그냥 오르막길도 힘든데 모래 언덕이니 오죽하겠어요. 모래주머니 10kg씩은 찬 것 같았습니다.
신랑이 뒤에서 안 밀어줬음 그대로 주저앉았을게 분명해요.
저처럼 체력 저질이신 분들은 무턱대고 내려가지 마시길. 올라올 때 정말 죽습니다. ㅜ_ㅠ
모래 언덕의 경사는 특히 해변 쪽보다는 캠핑장 쪽이 더욱 심합니다.
얼마나 심하냐 하면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 저는 감히 근처에도 못 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겁 없는 신랑은 여기서 모래썰매까지 탔다죠. -_-;;ㅋ
참고로 푸대자루(저희는 텐트 밑에 까는 우포지?를 이용했습니다)를 타고 내려오려면
일반 썰매처럼 앉아서 내려오면 안돼요.
모래가 너무 푹신해서 엉덩이가 쑥 들어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속도가 나기는커녕 중간에 엉덩이가 박혀버립니다.ㅋㅋ
그러니 슈퍼맨 자세처럼, 물구나무를 서듯 거꾸로 누워서 내려와야 합니다.
하지만 잘 못 하다간 고꾸라질 수 있다는 것.
얼굴이 모래에 박혀버리는 불상사를 없애려면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은 저처럼 구경이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마다 모래 언덕 뒤의 소나무 숲이 점점 사라져간다고 합니다.
바닷바람이 불면서 모래가 점점 이동하는 것이죠.
위 사진은 그 증거모습이 되겠네요. 이러다 언젠가는 캠핑장도 모래에 파묻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정말 하루 종일 맑기만 했네요.
모래 언덕에서까지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오히려 손에 꼽을 만큼 좋은 날씨라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 날씨운이 이 날 하루에만 그쳤다는 것. 앞으로 몇 일 동안은 또 다시 비오는 날의 연속입니다. ㅜ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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